[t:/]$ 문화_

한글 타이포 그래피

2000/07/11

미술공부를 해 본적도 없고 관심있게 교양서적을 탐독한 바도 별로 없어서, 뭐 전문성은 없는 글인데, 그냥 기록해 봄. 오래전 티루트 제로보드 시절 글을 복구함.

본문시작.

타이포그래피 이야기를 할 때는 어떤 사대주의적 경향이나 미제에 대한 동경과 같은 주제들이 같이 끼어드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는 일단 안 다룬다. 이문화를 도입하면 뭐가 됐든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미학적인 관점만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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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타이포 그래피가 잘 된 티셔츠를 찾아보긴 힘들다. 간판, 포스터, 웹디자인, 음악 CD의 속지, 가판용 무가지 등등.. 대개는 영문 남발이고, 한자보다도 한글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이런 배경에는 “한글로는 타이포 그라피를 예쁘게 하기 힘들다”는 숙명같은 변명이 있다.

왜 그럴까? 한글 타이포 그래피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리듬감”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영문으로 타이포를 할때는 각각의 글자가 가변폭을 취하고 있으며 폼팩터도 다양하여 얼굴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몇 글자만 써도 쉽게 리듬감이 살아난다. 일률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한자도 구성만 잘 하면 다양한 얼굴의 디자인이 가능한 편이긴 하지만 동양권 폰트는 가로폭이 거의 일정하고 정해진 틀 안에 꽉 차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타이포그래피 측면에서는 어려운 문자다.

한글을 보면 가장 많이 쓰는 글꼴들이 대부분 정방형이다. 게다가 그 갇힌 폼팩터에 꽉 차 있어서 리듬감이 살아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 본문의 글씨체를 보면 얼마나 정사각형의 룰을 잘 따르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경우에 리듬감을 살려내서 폰트웍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1. 단어 조합 (긴 단어와 짧은 단어의 연속성에서 나타나는 리듬감)
  2. 행간 조합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의 연속성에서 나타나는 리듬감)
  3. 문단 조합 (짧은 문단과 긴 문단의 연속성에서 나타나는 리듬감)

단어 조합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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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가나다라 한글로 가장마바사아자차카  폰트들은아에이오우 대부분 정방형이고  

행간 조합의 예.

증가/감소/규칙/반복에 의한 다양한 리듬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애매하게 비슷한 길이의 문장을 나열하면 보기 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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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글로 가장 많이 씌여지는 폰트들은  
대부분 정방형이고 꽉 차 있어서 리듬감이 살아나기가 어렵다.  
본 굴림체를 보라.  
얼마나 정사각형의 룰을 잘 따르고 있는가.  
이런경우에 리듬감을 살려내서  
폰트웍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흉한 예, 우측 끝선이 칼같이 떨어지지도 않는 주제에 뭉쳐있다.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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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정방형이고 꽉 차 있어서 리듬감이 살아나기가   
어렵다. 본 굴림체를 보라. 얼마나 정사각형의 룰을 가  
잘 따르고 있는가. 이런경우에 리듬감을 살려내서 폰트웍  
트웍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가나다  

또 다른 예 : 들쭉 날쭉 한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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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정방형이고 꽉 차 있어서 리듬감이 살아나기가 어렵다.  
본 굴림체를 보라. 얼마나 정사각형의 룰을 가장 따르고  
있는가. 이런경우에 리듬감을 살려내서 폰트웍 트웍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가나다라마바다  
있는가. 이런경우에 리듬감을 살려내서 폰트웍 트웍을  

행간 조합의 예는 문학으로 보자면 “시”에서 많이 볼 수 있고 과거 PC통신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형태이다. PC통신 시절에는 조악한 비트맵 글꼴 덕분에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졌고 따라서 단락형 글쓰기는 상당한 난해함을 불러일으켰다. PC통신 사용자들은 적절한 블랭크와 끊어쓰기를 반복하다가는 어느 수준에 이르러 리듬있는 문장 끊기를 시도하곤 했다.

문단 조합 경우는 문단의 줄 수가 짧고 길고에 따라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양 끝이 일치하도록 justify 정렬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끝 선이 잘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 예시는 생략.

요즘은 정방형을 벗어난 글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1세대 샘물체, 안상수체 이후로 탈네모 글꼴들이 요즘엔 흔한 편. 예전에도 궁서체나 샘물체류는 몇 글자만 갖고도 타이포그래피를 시도하기 쉬운 글꼴 계열이었다.

본문에서 쓰인 이 글꼴은 문자중독자를 위한 글자난무 타이포를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나같은 아마츄어들에게는 역시 어렵다. 이런 경우 위에서 설명한 조합의 리듬 외에도 매트릭스 형 구성으로 리듬 제거를 한 타이포를 시도해 볼 수 있다.

n*m 의 정방형 타이포를 하는 것이다. 이런 매트릭스 형 구성에서는 오히려 문자마다 다양한 폼팩터를 가진 폰트들이 손해를 본다. 최대한 정방형에 맞춰진 글자들이 좋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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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장 흔 한 예 는 사 자 성 어 놀 이 나  
오 자 게 시 판 놀 이 또 는 시 조 와 같  
은 형 태 에 서 찾 아 볼 수 있 다 와 같  
가 장 흔 한 예 는 사 자 성 어 놀 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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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4자성어 놀이나 5자게시판 놀이. 또는 시조와 같은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군대에서 사열하는 것 처럼 오와 열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포그래피는 전체적인 구도나, 가독성도 고려할 일이지만 여기서는 리듬감에 대해서만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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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로서 흔한 이야기를 하자면 신명조 계통의 가는 명조체는 워드 작업할때의 그 식상함과는 달리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인쇄물에서도 좋고 웹디자인에서도 좋다. 신명조는 가급적 큰 글씨가 좋다. 신명조는 서정성, 지성적인 면모, 익숙함, 감성적 측면을 모두 잘 담고 있다. 살짝 skew 를 줘서 이탤릭을 만들면 서정성이 넘쳐난다. 포토디스크의 biz 계통 사진들에 입히면 지성적으로 보인다. 그냥 신명조의 군집으로 쓰면 어디에도 익숙한 타이포가 된다. 필수조건은 고퀄리티의 안티얼라이징이다. 도트가 깨지면 이런 류의 정밀 글꼴은 정말이지 촌스러워진다.

궁서체는 쓰는 곳이 한정되어 있는 글꼴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도 옳지 못하다. 궁서체 만큼 아무 곳에나 쓰기 쉬운 글씨체가 없다. 안티얼라이징이 먹지 않은 허접한 궁서체를 그냥 박으면 촌스럽다. 포토샵 등에서 안티 얼라이징이 먹은 궁서체는 큰 글씨로 강한 힘과 남성적인 역동의 표현을, 작은 글씨의 집합으로서 서정적인 표현을 하기 좋다.

개인적으로 에반게리온 애니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붓글씨 계통의 히라가나 무더기들을 힘있고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가이낙스 작품들에 등장하는 자막처리들은 항상 모호한 무게감과 비장미를 내포한다. 글자 크기의 다양성을 이용해 의도적인 불협화음을 일으켜 구성한 타이포는 어렵지만 재미있고 멋지다.

자간은 글자의 군이 출현할때는 좁은 것이 좋고 글자수가 적다면 감각적인 면을 살려서 아예 아주아주 넓은 것이 좋다. 어정쩡한 자간은 가독성이 중요한 곳에만 쓰자.

+) 어떤 이는 여기 [t:/]를 보면서 “문자중독”과 같다고도 하였다. 무섭다면서..-_-; 글꼴 군집의 무더기로 꾸미는 문자중독증을 위한 타이포를 사실 좋아한다. 허나 PC통신 시절의 끊어쓰기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 본 글은 복원하면서 PC통신형 끊어쓰기를 문단형 쓰기로 변경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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